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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전통주 이야기

최초의 가향주인 '두견주'는 어떤 술인가?

by nonsoso 2023. 6. 17.

'두견주'는 어떤 술인가?

 

전통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가장 유명한 가향주인 ‘면천 두견주’를 통해 가향주가 어떤 술인지 다른 가양주는 어떤 술이 있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향주의 원료

     가향주는(佳香酒) 청주를 빚는 과정 중 꽃이나 잎, 말린 과일이나 열매 등을 부재료로 첨가하여 만드는 약주를 의미합니다. 약주는 부재료로 무엇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분류가 나뉘는데 한약재를 부재료로 사용하는 약주인 약용 약주와 과즙이나 생과를 그대로 부재료로 사용하는 과실주도 약주로 분류합니다. 재료에 따라 약주 안에서도 용어가 혼용되기도 하는데 술을 빚는 주목적에 따라 분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약용 목적이 주라면 약용 약주로, 향 첨가가 주목적이면 가향주로 분류됩니다. 

     가향주에 사용하는 부재료는 사용하기 나름인데 꽃으로는 진달래꽃, 연꽃, 국화꽃 등이 사용되고 잎으로는 솔잎, 연잎, 쑥 등이 활용됩니다. 열매는 복분자, 산딸기 등이 사용됩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선비의 나라답게 양반가를 중심으로 술에 솔향을 첨가하는 가향주들이 유행했는데 솔잎, 송순, 송화 등 소나무의 넣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다 활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면천 두견주’의 경우 꽃을 사용하는 가향주로 진달래 꽂을 부재료로 사용합니다. 진달래 꽃을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두견주라는 이름은 거기서 따왔습니다. 진달래꽃의 꽃술에는 안드로메도톡신이라는 독성분이 있어 정확하게는 진달래의 꽃술을 제외한 꽃잎만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견주의 기원과 역사

    ‘면천 두견주’는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卜智謙)에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복지겸이 병이 들어 온갖 약을 다 써도 병이 낫지 않자 그의 어린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는데, 신선이 나타나 이르기를 아미산에 활짝 핀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지금 면천초등학교 뒤에 있는 우물)의 물로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뜰에 2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들여야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주었고 그렇게 빚은 술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면천 두견주’는 면천 지역에서 전래되던 술이었기 때문에 두견주를 제조할 줄 아는 가정들은 여럿 있었으나 상품화된 두견주는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박승규 씨만 생산했었습니다. 그러나 박승규 씨가 2001년 세상을 뜨면서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후 당진시에서 두견주 제조 경험이 있는 면천 사람들을 모아 테스트하고 최종 선발된 8개 농가 16명으로 면천두견주보존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이후 이 단체에서 면천두견주를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만찬주 선정되며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숙성하는 데 기간이 필요한 술의 특성으로 인하여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두견주의 효능

     약술로 분류된 술 답게 두견주는 요통·진통·해열·각연증(脚軟症 : 다리의 힘이 없어 보행이 곤란한 증세)·류머티즘 등의 치료하는 약으로 쓰여왔습니다.

 

그 외의 가향주

     솔송주는 하동 정씨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온 가양주를 모태로 가진 술입니다. 원래는 송순(松筍, 소나무에서 새로 나온 어린순)으로 만들었다 해서 송순주였으나, 지금은 솔송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 봄 채취한 솔잎과 늦봄에 채취한 송순을 주요 부재료로 사용합니다. 2019년에는 청와대 설 선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연엽주는 여름에 피는 연잎을 부재료로 향을 가미한 가향주입니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아산 연엽주는 조선시대부터 아산 예안 이 씨 가문의 가양주입니다. 금주령으로 임금께서 술을 못 드시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신하들이 약주인 연엽주를 빚어 드시게 했는데 예안 이 씨 5대조, 이원집이 당시 연엽주의 양조에 관여했으며 그 제조법이 사가에 전해져서 가문의 가양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예안 이 씨 종가의 맏며느리들이 제조 기술을 전수하여 술을 빚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연엽주는 연잎의 수분이 적어지는 늦여름이나 입추 무렵에 채취한 연잎을 이용하여 술을 빚으며 약용주로 마시기도 합니다.

 

     설련주는 연꽃과 잎을 부재료로 만든 가향주입니다. 광주 이씨이 씨 집안에서 대대로 빚어 내려오던 가양주입니다. 1670년대 말 이조판서로 재직했던 귀암 이원정이 붕당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고향인 칠곡으로 내려왔는데 고향 집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을 좋아했던 이원정은 자손들이 관직에 나가지 않고 글공부에만 전념하길 바라며 ‘연꽃처럼 진흙에서 나고 자라도 더러운 물 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게 세상을 살라’는 말을 남겼고 자손들은 이 같은 조상의 뜻을 기려 연꽃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광주 이 씨의 며느리들에게 제조 기술이 전수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련주는 백련꽃과 백련잎을 이용하여 술을 빚으며 약용주로 마시기로 합니다.

 

마치며

     조선시대만 해도 가문마다 빚는 술이 있을 정도로 전성기였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군사독재 시기 등을 거치면서 밀주 단속으로 인해 대부분의 가향주가 소실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면천 두견주를 비롯한 몇 종류의 가향주들은 현재까지 전해졌지만 그마저도 판매량의 저조 등의 이유로 인하여 명맥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통주 시장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가향주들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전통주가 그대로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