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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전통주 이야기

서울의 전통주 '삼해주'는 어떤 술인가?

by nonsoso 2023. 6. 25.

삼해주는 어떤 술인지 알고계시나요?

     지역별로 유명한 민속주를 찾았을 때 떠오르는 술이 있다면 서울의 민속주는 오늘 소개해드릴 ‘삼해주’ 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삼해주’의 기원과 역사, 만드는 방법 그리고 특징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삼해주’의 기원과 역사

     ‘삼해주’라는 이름의 기원은 술을 빚는 방식에서 생겼습니다. 정월의 첫 돼지날에 멥쌀로 쑨 죽과 밀기울이 없는 흰 밀가루 누룩으로 밑술을 빚고, 그다음 돼지날에 찹쌀 고두밥으로 덧술을 치고, 그다음 돼지날에 다시 멥쌀 고두밥을 덧술을 쳐서 담은 술로, 돼지날마다 세 번에 걸쳐 빚는다고 해서 ‘삼해주’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술을 빚는 기간이 100여 일까지도 걸린다고 하여 ‘백일주’라고도 하며, 정월 첫 돼지날에 담가 버들가지가 날릴 때쯤 먹는다고 하여 ‘유서주’(柳絮酒)라고도 부릅니다.

 

     ‘삼해주’는 『신가요록』, 『산림경제』, 『주방문』 , 『동국이상국집』 등의 여러 문헌에 다양한 ‘삼양주’의 제조 방법이 수록되어 있으며, 영조 9년(1733) 형조판서 김동필(金東弼)이 "서울로 들어오는 쌀이 삼해주 만드는 데로 쏠려 들어가니 미곡 정책상 이를 금함이 옳다"라고 진언한 기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당시 권력층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삼해주’를 즐겨 마실 정도로 조선시대에 널리 제조되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동국세시기』에서 3월에 “소주는 공덕 옹막에서 ‘삼해주’를 빚어내는 술독에서 빚어진 천 백독의 술이 가장 이름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정월에 빚어야 하는 계절적 제한으로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삼해주’의 수요가 많아지자 과거 옹기를 굽던 가마터가 있는 마포 공덕에서 술을 빚은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에는 옹기를 굽지 않은 가마를 이용하여 음력 정월에 대량의 ‘삼해주’를 빚을 수 있었는데 그 양이 천 백독이라고 표현할 만큼의 많은 양의 ‘삼해주’를 빚었다는 것으로 보아 한양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술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받는 술이었던 ‘삼해주’는 일제 강점기와 양곡 금지법으로 인하여 사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가양주로 몰래 술을 빚어왔던 안동 김 씨 가문과 통천 김 씨 가문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일성록』에는 정월에만 빚던 ‘삼해주’가 아무 해일에나 빚는 술이 되었고, 또 청주보다 소주의 원료로 쓰게 되어 근래에는 ‘삼해주’라 하면 소주의 밑술 이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삼해주’는 장기 숙성시켜 만든 약주와 그 약주를 증류하여 만든 소주, 두 종류입니다. 

 

     약주인 ‘삼해주’의 경우 안동 김 씨 김 씨 가문의 권희자 명인이 삼해약주를 빚고 있습니다. 이 집안에 궁중의 술인 ‘삼해주’가 전해진 것은 조선시대에 순조(재위 1800∼1834)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가 안동 김 씨 댁에 시집을 오면서부터입니다. 공주와 함께 온 나인들에 의해 궁중의 제조법이 안동김 씨 집안의 며느리들에게 건네져 가양주가 되었습니다. 

 

      소주인 ‘삼해소주’의 경우 김택상 명인이 소주를 만들어오고 있었으나 2021년 김택상 명인이 지병으로 작고하며 현재 보유자는 없는 상태입니다. 이후 공동운영자였던 김현종 대표가 민속주가 아닌 지역특산주로써 생산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한동안 삼해주를 맛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삼해주’ 제조 방법

     ‘삼해주’의 제조법은 문헌마다 사용하는 재료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양주방』 등에는 정월 첫 해일에는 멥쌀 3되를 가루를 내어 정화수 2병을 익게 개어서 차게 재우고, 바랜 누룩과 밀가루 3되를 함께 넣어 항아리 부리를 봉하여 밖에 둡니다. 2월 첫 해일에는 멥쌀 3말을 가루를 내어 물 3병씩 부어 잘 개어 차게 식힌 후 술밑에 섞어 밖에서 발효시킵니다. 3월 첫 해일에 멥쌀 6말을 쪄서 1말마다 물 3병씩 부어 차게 식힌 뒤에 밑술에 버무려 넣어 밖에 두었다가 백일이 지난 뒤에 뜬다고 적혀있습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정월 첫 해일에는 찹쌀 1말을 백번 씻고, 가루로 만들어 묽은 죽을 쑤어 식으면 누룩과 밀가루 1되를 섞어서 독에 넣습니다. 두 번째 해일에 찹쌀과 멥쌀 각 1말을 백 번 씻고, 가루를 만들어 구무떡을 쪄서 식으면 첫 해일에 빚어 넣은 독에 넣습니다. 세 번째 해일에는 멥쌀 5되를 백 번 씻어 쪄 익히곤 물 세동이를 부어 식혀 놓은 지 사흘이면 쓴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삼해주’는 멥쌀로만 만들거나, 찹쌀->찹쌀+멥쌀->멥쌀의 순이거나, 찹쌀->멥쌀->찹쌀의 순서로 만듭니다. 따라서 어떤 쌀을 사용한다는 것보다는 세 번 덧술을 한다는 것과 시기적으로 기온이 낮을 때를 택하여 오랜 발효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빚는 기간과 술을 익히는 기간이 까다롭고 길어 자칫하면 실패하기 쉬운 술이기도 합니다.

 

‘삼해주’ 특징과 즐기는 방법

     삼해소주는 맑은 약주를 만든 뒤 숙성시켜서 증류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약주 투입량의 30% 정도만 얻을 수 있는 고급 소주입니다. 삼해소주는 장기 저온발효, 숙성 과정을 거친 약주로 증류하기 때문에 풍미가 부드럽고, 뒷맛의 여운이 길며 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아 숙취가 없습니다.

 

     같이 먹기 좋은 안주로는 강한 양념의 음식보다는 편육, 조개탕, 갈비탕과 같이 향미가 강하지 않고 담백한 음식에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삼해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른 술에 비해 현재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술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소실되지 않고 우리의 곁에서 다시 맛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