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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전통주 이야기

제주도의 전통주 '고소리술'은 어떤 술인가?

by nonsoso 2023. 7. 3.

고소리술은 어떤 술인가?

제주도에 가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전통주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저번 글에서 ‘오메기술’에 대해 알아봤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고소리술’의 기원과 역사, 만드는 방법 그리고 특징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소리술’의 기원과 역사

     이전 ‘오메기 술에서 전해드렸듯이 제주도는 화산섬의 특성상 화산 회토와 암반 지형으로 이뤄진 땅을 가져 논농사를 짓기 좋지 못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곡식은 밭에서 키울 수 있는 ‘좁쌀’과 ‘보리쌀’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쌀로 빚는 술이 많은 반면에 제주도는 청주나 소주를 좁쌀로 빚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고소리술’은 보통 ‘오메기술’을 증류시켜 만든 소주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소주를 내리는 데 사용되는 기구인 소줏고리의 제주도 방언이 고소리라 ‘고소리술’이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이 등장하고 나서도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고려시대 몽골인이 제주에 정착하면서 생겨나게 된 술입니다. 술을 증류하는 데에 사용되는 소줏고리는 원나라 시기 몽골군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지역에서 소주를 많이 내렸는데, 그중 제주는 일본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면서 몽골인이 많이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지역은 제주 외에도 개성과 안동 등이 있으며 자연스럽게 개성 소주, 안동 소주, 제주 소주가 유명해지면서 우리나라 3대 소주로 이름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소리술’은 시간이 지나며 여러 변화를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오메기술’을 증류하는 방식이 아닌 겉보리를 주로 사용하기는 했으나 썩은 고구마나 쌀, 쉰다리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 만든 술도 ‘고소리술’로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고소리를 사용해 만든 증류주를 통칭해 만드는 술을 ‘고소리술’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차조로 만든 귀한 술인데다 청주로 날씨의 영향을 받아 보관기간이 길지 않은 ‘오메기술’보다는 증류주로서 보관이 용이하고 어떤 재료든 고소리만 있으면 쉽게 빚을 수 있는 ‘고소리술’이 좀 더 대중화된 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대중화된 술로써 집집마다 경조사나 제사에 대비해 어머니들이 ‘고소리술’을 빚었고 어머니의 몸에서는 항상 술 냄새가 배어있었다고 하여 ‘고소리술’은 어머니 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모향주, 또는 사모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의 주세법과 해방 후의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술 빚는 것을 강하게 단속하며 고소리술을 찾기 힘들었으나 현재는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초대 기능보유자인 고(故) 김을정 여사의 뒤를 이어 며느리인 김희숙 명인이 전통 방식으로 고소리술을 빚고 있으며 김희숙 명인의 아들이 고소리술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소리술’의 경우 ‘제주샘주’라는 업체에서 생산된 술로 전통적인 ‘고소리술’ 제조법은 아니지만 현대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도수의 ‘고소리술’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고소리술’ 제조 방법

     ‘고소리술’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메기술’이나 ‘기타 청주’를 증류시킨 소주입니다. 여기선 전통 방식으로 인정받는 ‘오메기술’을 기준으로 제조법을 전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먼저 차조 가루에 끓인 물을 넣어 반죽한 뒤 작게 떼어 가운데를 오목하게 눌러 모양을 냅니다. 이렇게 성형을 마친 반죽을 다시 끓는 물에 삶고 식힌 ‘오메기술떡’을 주걱으로 으깨며 치댄 뒤 가루로 빻아진 누룩을 넣어 골고루 휘저어가면서 섞습니다. 이것을 옹기 항아리에 담은 후 물을 부어 2~3시간에 한 번씩 위아래 재료가 잘 섞이도록 저어주며 7일의 숙성기간을 거치면 ‘오메기술’이 완성됩니다. 이 ‘오메기술’ 2번의 여과 과정을 거쳐 맑게 만들고 고소리를 이용해 증류를 시킨 뒤에 1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쳐야 ‘고소리술’이 완성됩니다.

 

‘고소리술’ 특징과 즐기는 방법

     ‘고소리술’은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르는 높은 도수로 고소하지만 강한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정이나 당을 따로 추가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단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오기도 합니다. 높은 알코올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탄산수, 얼음, 꿀을 활용해 칵테일 방식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하지만 차가운 상태에서는 ‘고소리술’의 풍미가 반감된다는 평도 있으며 온전히 ‘고소리술’을 드시고 싶은 경우 상온에 두고 스트레이트 방식으로 마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어울리는 안주로는 높은 도수의 특성상 기름진 음식이나 풍미가 짙은 육류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데 제주의 특산품 중에 하나인 기름진 고등어와도 잘 어울리며 특히 고등어 회와도 잘 어울립니다. 

 

     그 외에도 비교적 낮은 도수인 29%의 ‘고소리술’은 은은한 단맛과 곡물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주로는 수육이나 문어숙회 같은 담백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마치며

     고소리술 명인인 김희숙 명인은 현재 서귀포시에서 ‘제주 술익는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고소리술은 아니더라도 전통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샘주의 경우에도 오메기떡 만들기, 쉰다리 만들기, ‘고소리술’을 이용한 칵테일 만들기 등의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셨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양조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술 이야기] - 오메기술 : 제주도의 전통주 오메기술은 어떤 술인가?